‘천연’, ‘식물 유래’, ‘자연에서 온 성분’이라는 표현은 건강한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 식물추출물이라면 합성 성분보다 부작용이 적고 오래 먹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식품안전의 관점에서 천연이라는 말은 원료의 출처를 설명할 뿐, 안전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식물에는 인체에 강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알칼로이드(alkaloid), 폴리페놀(polyphenol) 등 다양한 성분이 존재하며, 이를 추출·농축하면 우리가 식물 자체를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성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마황(Ephedra)과 요힘베(Yohimbe)다.
마황에 함유된 에페드린(ephedrine)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교감신경계를 강하게 자극해 심혈관계와 중추신경계에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요힘베에 함유된 요힘빈(yohimbine) 역시 심혈관계와 신경계에 뚜렷한 약리작용을 나타내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보고돼 왔다.[1,2]
우리나라에서도 마황은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으며, 요힘빈 역시 해외식품의 국내 반입차단 및 위해관리 대상 성분으로, 식품에서는 검출되면 안 되는 의약품 성분으로 관리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EFSA(유럽식품안전청)의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마황은 2015년, 요힘베는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2019년부터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관리되고 있다.[1,2]
두 원료 모두 식물에서 유래하지만, 강한 약리활성과 그에 따른 안전성 우려로 식품에서의 사용이 제한된 사례다. 이는 특히 생리활성이 강한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한 식물 원료일수록 ‘천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성을 전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검토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EFSA는 잠재적인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 식품 성분을 공식적으로 재평가하는 EU의 안전성 검토 절차에 따라 베르베린 함유 식물제제, HCA 함유 식물제제, 펜넬(회향) 열매제제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 [3]
이 가운데 HCA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의 기능성분이다. 국내에서는 체지방 감소 기능성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오랫동안 사용돼 왔지만 안전성 논란과 이상사례가 지속되면서 식약처가 2024년 수시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4] 2025년에는 가르시니아 제품을 섭취한 서로 다른 두 명에서 유사한 급성 간염이 발생했고,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가 제품과 이상사례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판단해 해당 제품이 회수되기도 했다.[5] 식약처는 이전에도 가르시니아의 일일 HCA 섭취량을 750~2,800 mg에서 750~1,500 mg으로 낮추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해 왔다(식약처 고시 제2023-91호; 2025년 1월 1일 시행).
또 하나가 최근 관심이 높은 베르베린(berberine)이다. 매자나무속 식물 등에 존재하는 alkaloid로 혈당과 지질대사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약리활성이 뚜렷하고 약물상호작용 가능성도 있어 EFSA가 현재 안전성을 별도로 평가하고 있다.[6]
우리나라에서는 Indian barberry(Berberis asiatica)의 열매가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등재돼 있으며 별도의 사용조건은 제시돼 있지 않다.[7] 실제로 국내에는 2024년부터 베르베린 함량을 표시한 인도매자나무 열매추출물의 수입 기록도 확인된다.[8] 식물의 식경험은 중요하지만, 추출과 농축으로 활성성분의 노출량이 크게 달라졌다면 그 안전성 역시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베르베린 함유 식물제제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향후 연구와 해외 평가 결과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펜넬(fennel, 회향)이다. 국내에서도 회향의 잎과 씨는 향신료 등 일반 식품원료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먹지 않는 식물’은 아니다. EFSA가 주목하는 것은 펜넬 자체보다 열매 제제에 존재할 수 있는 estragole이다. Estragole은 유전독성과 발암 가능성이 알려진 자연 유래 물질이며, EFSA의 현재 평가초안(draft)에서는 현재 자료로 안전한 노출수준을 설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영유아와 임신·수유부와 같은 취약집단(vulnerable group)에서의 노출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9] 반대로 제조과정에서 estragole을 제거했거나 검출되지 않는 제제는 같은 위험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필자는 과거 녹차추출물을 국내 최초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천연물의 기능성과 안전성을 함께 살펴본 경험이 있다.
녹차는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마셔 온 전통 식품이지만, 녹차추출물을 고농축한 제품에서는 그만 식경험이 달라졌다. 과거 프랑스에서 판매됐던 체중조절용 고농축 녹차추출물 Exolise®와 관련한 간독성 우려가 제기됐고, 한 증례에서는 전격성 간염으로 인해 간이식까지 필요했다.[10]
이후 EFSA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우려낸 녹차는 일반적인 섭취수준에서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한 반면 고농축 녹차추출물은 별도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EU에서는 전통적인 녹차 음용과 유사한 조성의 수용성 추출물은 제외하면서, 녹차추출물의 경우 하루 섭취분에 EGCG가 800 mg 이상 함유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공복 섭취 등을 피하도록 표시를 요구한다.[11] 하여, 필자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정받고자 했던 녹차 추출물 원료의 안전성을 입증하여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녹차 자체는 오랜 식경험을 가진 좋은 식품이지만, 특정 성분을 고농도로 추출·농축하면 기존의 식경험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천연물도 농축 정도와 섭취량이 달라지면 그에 맞는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홍국(red yeast rice)은 쌀을 Monascus 속 균주로 발효해 만든 원료로,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나콜린 K(monacolin K)는 콜레스테롤 저하 의약품인 lovastatin과 동일한 화학구조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홍국을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시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용하고 있으며, 일일섭취량은 총 모나콜린 K로서 4~8 mg이다. 또한 활성형 모나콜린 K를 확인하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곰팡이독소인 시트리닌(citrinin)을 0.05 mg/kg 이하로 관리한다. 어린이·임산부·수유부,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섭취를 피하도록 주의사항도 두고 있다.[12]
유럽의 관리는 더 보수적이다. EFSA는 홍국 유래 모나콜린을 하루 10 mg 섭취했을 때 유의한 안전성 우려가 있으며, 3 mg/day 수준에서도 횡문근융해증이나 간염 등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가 보고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EU는 2022년부터 식품 및 식이보충제의 하루 섭취분에 홍국 유래 모나콜린이 3 mg 미만이 되도록 제한하고, 임신·수유부, 18세 미만, 70세 초과,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자 등에 대한 경고 표시를 의무화했다.[13] 중요한 것은 EU가 3 mg을 ‘안전섭취량’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3 mg 이상을 금지한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EFSA는 안전성 우려가 없는 일일섭취량을 설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14]
2024년 일본에서 발생한 고바야시제약의 홍국 보충제 사건은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해당 제품 섭취자에서 신장장애를 중심으로 다수의 건강피해가 발생하고 사망 관련 사례까지 조사되면서 대규모 회수가 이루어졌다. 다만 이를 모나콜린 K 자체의 독성에 의한 사건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원인조사에서는 제조공정 중 혼입된 푸른곰팡이(Penicillium adametzioides)가 생성한 푸베룰산(puberulic acid)이 확인됐고, 동물시험에서도 이 물질의 신장독성이 확인됐다.[15] 즉 홍국은 원료 자체의 모나콜린 섭취량뿐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의 오염과 예기치 않은 대사산물까지 관리해야 하는 원료다. 한국·EU·일본의 사례를 함께 보면, 전통적으로 섭취해 온 발효식품이라 하더라도 특정 생리활성성분을 농축해 건강 목적으로 섭취할 때에는 훨씬 세심한 안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식물추출물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의약품과 기능성 성분 역시 식물에서 출발했다.
중요한 것은 천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전제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식물이라도 잎과 열매, 뿌리는 성분이 다르고, 차 한 잔으로 마시는 것과 특정 성분을 수십 배 농축해 캡슐로 섭취하는 것은 다르다. 기능성이 강해질수록 안전성, 적정 섭취량, 장기간 섭취, 약물상호작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식물추출물을 선택할 때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천연인가?”가 아니라 “어떤 성분을, 얼마나 섭취하게 될까?”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안전한가”를 되물어야 한다.
[1] EFSA Panel on Food Additives and Nutrient Sources Added to Food (ANS). Scientific Opinion on safety evaluation of Ephedra species in food. EFSA Journal. 2013;11(11):3467. doi:10.2903/j.efsa.2013.3467.
[2] EFSA Panel on Food Additives and Nutrient Sources Added to Food (ANS). Scientific Opinion on the evaluation of the safety in use of Yohimbe (Pausinystalia yohimbe). EFSA Journal. 2013;11(7):3302. doi:10.2903/j.efsa.2013.3302.
[3]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 129th Scientific Committee Plenary Meeting Minutes, 25–26 February 2026.
[4]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공고 제2024-029호 「2024년 건강기능식품 수시 재평가 실시 공고, 2024.1.12.
[5] 식품의약품안전처.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 이상사례 해당 제품 회수. 보도자료. 2025.9.23.
[6]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 Protocol for the Scientific Opinion on the evaluation of the safety in use of plant preparations containing berberine. EFSA Supporting Publications. 2023;20(9). doi:10.2903/sp.efsa.2023.EN-8246.
[7]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원료 목록: Indian barberry (Berberis asiatica), 사용부위: 열매. 식품안전나라.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제2026-40호 반영.
[8]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 인디안 바베리 열매 추출물 분말(베르베린 5%), Berberis asiatica fruit extract. 신고필증발급일 2024.10.29.
[9]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 Have your say – estragole in fennel seed preparations. EFSA draft assessment. 16 July 2025.
[10] Gloro R, Hourmand-Ollivier I, Mosquet B, et al. Fulminant hepatitis during self-medication with hydroalcoholic extract of green tea. Eur J Gastroenterol Hepatol. 2005;17(10):1135-1137. doi:10.1097/00042737-200510000-00021.
[11] EFSA Panel on Food Additives and Nutrient Sources Added to Food (ANS). Scientific opinion on the safety of green tea catechins. EFSA Journal. 2018;16(4):5239. doi:10.2903/j.efsa.2018.5239.
[12]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 제3. 개별 기준 및 규격, 홍국: 일일섭취량 총 모나콜린 K 4~8 mg, 규격 및 섭취 시 주의사항.
[13] European Commission. Commission Regulation (EU) 2022/860 of 1 June 2022 amending Annex III to Regulation (EC) No 1925/2006 as regards monacolins from red yeast rice.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2022;L151:37-41.
[14] EFSA Panel on Nutrition, Novel Foods and Food Allergens (NDA). Scientific Opinion on additional scientific data related to the safety of monacolins from red yeast rice. EFSA Journal. 2025;23:e9276. doi:10.2903/j.efsa.2025.9276.
[15]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Information on Adverse Events associated with Beni-koji (Red Yeast Rice) related Products. 2024–2025.